ⓒ 이효연 |
비록 적은 양이지만 장아찌를 담그다 보면 마치 내가 살림꾼이 된 것 같은 착각(?)에 기분이 좋아지지요. 다 완성된 장아찌 병들을 가지런히 찬장에 얹어둘 때 느껴지는 뿌듯한 기분이란! 마치 지원군을 잔뜩 얻은 양 든든하고, 당분간은 반찬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설렘 하나만으로 재료를 다듬고 절일 때 힘들었던 것은 금세 잊을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담그는 양파, 마늘 장아찌는 옛날 어머니들이 담그던 양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문난 살림꾼들의 방식을 미련하게도 그대로 따라 했다가 실패한 이후로 절대 많은 양의 장아찌를 담그는 일은 피하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대부분 핵가족으로 식구가 단출하기 때문에 장아찌를 욕심껏 잔뜩 담가 놓다 보면 처음에만 한두 젓가락 갈 뿐 이내 다른 반찬에 밀려버리고 나중에는 처치 곤란 할 수도 있습니다.
장아찌를 만드는 방법도 천차만별이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내 입에 맞게 간단하게 만들어 먹으면 그만 아닐까요? 간장물을 따라서 팔팔 끓인 후 식혀 다시 붓는 방식이 귀찮고 번거롭다면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적은 양을 만들어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 치우면 되고요.
마늘 장아찌도 나중에 먹을 때를 생각해서 마늘을 통으로 넣는 대신 아예 마늘알을 하나하나 다 까서 넣는 것도 쉽게 만드는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가끔 통마늘로 담가 놓다 보면 분초를 다투는 바쁜 아침 시간 같은 경우 장아찌 발라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 안 먹게 되는 일도 있거든요.
김치, 깍두기와는 또 다른 얕은 맛으로 입맛을 돋워주는 장아찌.
만드는 방식은 비슷할지라도 서양식 오이, 고추 피클에 비해 오히려 재료의 본래 맛이 많이 살아 있어서 여름철 지친 입맛을 찾아주는 데 제격입니다. 김치를 담그는 데 비해 재료와 시간도 적게 들기 때문에 만사 귀찮은 여름철에는 장아찌 하나로 김치를 대신하는 집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장아찌'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뒤뜰 장독대, 항아리, 질그릇 그리고 '할머니'란 단어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엄마가 담그신 장아찌보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장아찌는 어쩐지 더 깊은 맛이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제는 장독대 항아리 대신 냉장고 속 플라스틱 반찬 통에 담가놓고 먹는 장아찌가 더 익숙하지만 매콤 짭쪼름한 장아찌를 보면 이내 밥 한 공기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은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합니다.
장아찌용 마늘과 알이 작은 양파를 사다가 간단 장아찌를 담가 여름철 식탁 상비군을 만들어 볼까요? 양파, 마늘 장아찌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4~5일 먹고 없앨 정도면 기껏해야 양파 너댓, 마늘 열 통 정도로 충분할 것 같아요. 양파는 100개 남짓 들어 있는 커다란 망 하나에 4~5천원 정도면 살 수 있고 마늘은 장아찌용 마늘 1접에 6~7천원, 저장해 두고 먹을 용도의 것은 7~8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6월 초, 농협, 재래시장 기준)
빻아서 보관할 때에는 밀폐용기에 넣어 편평하게 누른 후 칼등으로 바둑판 모양의 금을 그어 얼려 보세요. 그런 다음 냉동실에 차곡차곡 세워 보관하면 자리도 덜 차지하고 한 끼 분량씩 떼어 먹을 수 있어 편리하더군요.
양파 역시 껍질을 벗겨 냉장 보관 용기에 넣어두면 껍질째 실온에 보관한 것보다 싱싱한 맛이 훨씬 오래 갑니다. 양파 장아찌의 경우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담가두면 아삭한 맛이 떨어지므로 3~4일 정도 먹을 분량으로 나누어 자주 담그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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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마늘 10개
간장 1컵
물 1컵
설탕 1/3컵
식초 2컵
1. 꼭지를 따고 깨끗하게 손질한 마늘은 알알이 깐 후 씻어 체에 받쳐 물기를 없앤다.
2. 뚜껑 있는 용기에 마늘이 잠기도록 식초를 부은 후 마늘색이 투명해지도록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둔다.
ⓒ 이효연 |
4. 오래 두고 먹을 때에는 3에서 간장물을 따라 부어 팔팔 끓인 후 식혀 다시 붓는 과정을 2번 정도 반복하면 된다.
< Tip >
1. 단 맛을 좋아한다면 설탕을 2의 과정에서부터 넣어 마늘을 절여 단 맛이 깊이 배어들도록 한다.
2. 햇마늘은 껍질째 담가도 좋지만 묵은 마늘은 껍질을 까서 담그는 것이 좋다. 묵은 마늘은 많이 매우므로 식촛물에 좀 더 오래 담가 매운맛을 빼도록 한다.
3. 마른 고추의 씨를 털어내고 같이 간장에 담가두어도 칼칼한 맛이 좋다.
4. 완성된 마늘 장아찌를 이용해 즉석 고추장 마늘장아찌도 만들 수 있다. 마늘 알을 따로 건져 고추장, 물엿, 통깨와 참기름을 뿌려 섞어 먹어도 맛이 좋다.
[양파 장아찌]
양파 5개
간장 1컵
식초 1컵
물 1/2컵
설탕 1/3컵
1. 양파를 깨끗이 씻어 체에 건져 물기를 빼 둔 다음 손톱 크기로 잘게 썰어 둔다.
ⓒ 이효연 |
3. 커다란 용기에 1을 넣고 2의 간장물을 부은 후 냉장고에서 4-5일 보관하면 완성.
4.오래 두고 먹을 때에는 양파 장아찌에서 간장물을 따라내 다시 팔팔 끓여 식혀 붓는 과정을 2번 정도 반복하면 된다.
< Tip >
1. 단 맛을 좋아한다면 설탕을 간장과 동일한 분량으로 넣으면 된다. 설탕은 취향에 따라 가감할 수 있다.
2. 통후추나 월계수 잎 한두 장을 같이 넣어 익히면 향긋한 양파 장아찌를 만들 수 있다.
3. 양파 장아찌를 꼭 짠 후 송송 썬 풋고추와 함께 섞어 고추장, 물엿에 버무리면 매콤한 맛의 고추장 양파 장아찌를 먹을 수 있다.
4. 깻잎을 씻은 후 물기를 뺀 다음 같은 방법으로 깻잎 간장 장아찌를 만들 수 있다.
ⓒ 이효연(오마이뉴스) |
출처 : 歸田園居
글쓴이 : 自請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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