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원예를 배워볼 계획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그 해 봄에 충남 서산에 원예용 유칼립투스 묘목 8,000주를 심었습니다. 60대 노부부 둘이서 연매출 1억 5천을 올린다는 말을 듣고 잔뜩 희망에 부풀렀었습니다.
봄에 심은 유칼립투스 묘목이 무더운 여름을 잘 견뎌 특유의 허브향을 풍기며 푸르게 잘 자라는 것을 보고 그해 초가을 농사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마침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 새로운 둥지를 튼지 몇일 지나지 않아 나의 꿈이었던 유칼립투스가 모두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나의 꿈도 산산 조각이 나고 그해 겨울의 시골은 찬바람만 모질게 부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었고, 앞길은 막막하기만 했었습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갈까도 수도없이 생각하고 한참을 방황하던중 우연치 않게 몇몇 부농들을 만났습니다.
나의 방황은 오기로 변했고 내 마음속에도 작은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모든것은 마음먹기 달려 있고, 바꿔보면 위기는 기회이고, 모르면 배우면 되고, 열악한 농촌의 현실은 그만큼 무궁무진한 기회가 될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생각을 바꿧습니다.
농사 지식이 전무한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농업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가장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3년을 목표로 투잡으로 생활하며 공부할 시간을 벌기로 결심해 반쪽 농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귀농생활이 이제 어느새 만3년이 되었습니다.
이제서야 겨우 농사의 간만 살짝 본 것이지요..
3년의 시간이 도데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쏜살처럼 지나갔지만 알게 모르게 3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 3년.....
제겐 새로운 학창 시절이었습니다.
곧은터는 저의 학교였고, 저는 이곳에서 제 인생에 있어 가장 귀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만난 저의 선생님은 과수박사님 이셨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과수박사님이 과수에만 능통하신걸로 알고들 계실겁니다.
제 주작목인 콩과 잡곡류 뿐만이 아니고 전반적인 농업 지식과 정보의 대부분을 제게 가르쳐 주셨던 분이 과수박사님 입니다.
매실은 단지 제 꿈의 일부일 뿐 매실이 저의 부농의 꿈은 아닙니다.
매실로 부농의 꿈을 꿨다면 엄청난 면적의 과원을 조성했어야 했겠죠...
다만 매실은 제게 엔돌핀을 생성하는 활력소였고, 주작목을 재배하며 잠깐 짬을 내거나 농한기를 이용해 관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부작목 입니다.
과수박사님은 제게 처음부터 크게 매실농원을 하도록 권유하지 않으셨습니다.
저의 과수재배 능력과 판로 개척, 귀농 후 정착 기간까지 고려해 농장 규모를 컨설팅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저의 매실 재배는 작년에 농장 주변 자투리 땅에 묘목 20주를 심는 것으로 시작을 해서
올해 3월 논이었던 곳 350평 정도를 개간해 새로 묘목 100주를 심으며 본격적으로 작으마하게 시작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생 초보인 제가 매실에 입문한지는 불과 2년.....
오늘 문뜩 곧은터에 올렸더 저의 지난 글들을 보았습니다.
작년에 올렸던 글들까지만 해도 지금에 비해 제가 얼마나 부족함이 많았는지.... 그리고 올 한해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느껴졌습니다.
이 모든것이 훌륭한 멘토이신 과수박사님의 덕분이기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실 거의 2년간 격일로 아내를 보면서도 제 아내와 통화했던 횟수보다 과수박사님과 통화했던 시간들이 많고 길었을 정도입니다.
평균 하루에 한통화 이상을 했으니까요... ^^*
아내는 과수박사님이 애인이냐며 질투를 하기도 합니다. ^^
2012년을 마감하며 많은 가르침을 주신 과수박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올해의 매실농원 조성 과정들 입니다...
2011년 12월 21일... 트렉터 쟁기로 논둑을 허물고 로더를 이용해 평탄 작업을 해 매실원을 만들 준비를 했습니다.
2012년 3월 1일.... 우량 묘목을 분양받기 위해 익산까지 직접 가서 묘목을 분양 받았습니다.
분을 크게 떠서 활착률 100%를 자신했고 실제로 올해 모진 가뭄에도 단 한그루도 고사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3월 2일.... 밑거름으로 유박거름을 넣고 살짝 흙을 덮어 뿌리가 거름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 후 물을 주고 묘목을 심었습니다.
3월 4일... 묘목의 품종 배치를 잘못해 묘목을 옮겨 심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
저의 매실 주품종은 고성이며 수분수는 남고와 울산매를 심었고 간벌수로 옥영을 심었습니다.
영구수인 고성과 수분수인 남고와 울산매의 재식 간격은 열간격 5m * 주간 간격 4m로 심고, 영구수 주간 사이사이에 간벌수인 옥영을 심었어야 했는데, 한쪽에는 모두 옥영을 다른쪽에는 모두 고성을 심어 이틀 후인 3월 4일 반 이상을 옮겨 심어야 하는 어리석음을 범했습니다..ㅋㅋ
묘목을 심고나서 바로는 나무를 심은 표시도 안나 나무를 심은건지 막대기를 꽂아 놓은건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3월 18일에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하고나니 토양에 검은 석회유황합제의 색이 나와 뭔가 심은것 같아 보입니다.^^
3월 28일.... 묘목에 검정비닐 멀칭을 해 줬습니다.
비닐멀칭을 해주고 나니 이제야 겨우 뭔가 심은것 같습니다..
검정비닐 멀칭은 수분유지, 과습방지, 잡초발생 억제를 위해 묘목을 심을 경우 반드시 해줘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만약 비닐멀칭이 아니었다면 극심했던 가뭄에 많은 묘목이 말라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올해가 묘목 식재 후 관리가 최악의 조건이었다고 했는데도 단 한그루도 죽이지 않고 모두 살릴 수 있었던 것은 검정비닐을 멀칭하라는 과수박사님의 말씀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3월 30일.... 묘목이 직립해 자랄 수 있도록 말뚝을 박아 직립 유인을 했습니다.
묘목일 때 직립 유인을 해줘야 불량스럽게 삐딱하니 서있지 않고 곧게 자라 좋은 수형을 만드는 기본 골격을 바르게 형성할 수 있습니다.
4월 13일.... 묘목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새순의 눈을 조기에 제거 했습니다.
특히 대목에서 발생하는 눈을 철저히 제거하고, 묘목의 하단 1/3지점에 발생하는 눈들도 모두 제거를 했습니다.
(사진 갯수 초과로 사진은 올리지 못했습니다)
4월 19일.... 매실원 열간 빈 공간에 배수로도 만들고, 간작으로 쥐눈이콩, 땅콩 등을 심을 준비를 합니다.
막대기 같은 묘목을 심어 놓고 아까운 밭 빈공간을 놀릴수가 없어 관리기로 경운하고, 한쪽에는 땅콩도 심고, 한쪽에는 검정 비닐을 멀칭해 열간 빈 공간에 잡초의 발생도 억제할 겸 간작으로 쥐눈이콩도 심을 준비를 했습니다.
4월 27일... 대목부위 및 묘목 하단부 순제거
4월 초순에 눈을 제거했으나 4월말이 되니 숨어있던 눈에서 새순들이 나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대목부와 묘목 하단 1/3에서 발생한 새순은 과감히 제거....
5월 15일.... 복합비료 추비
묘목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복합비료를 추비합니다.
추비량은 구멍 하나당 복합비료 한숟가락 정도...
5월 20일.... 이쑤시개를 이용한 유인
유인 전 유인 후
왼쪽은 유인 전, 오른쪽은 유인 후의 사진입니다.
직립에 가까운 새순들을 나중에 더 커서 유인을 하려다보면 자칫 가지가 찢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과수박사님의 노하우를 빌어 어릴때 이쑤시개를 이용해 어느정도의 각도를 만들어 주면 나중에 유인이 수월합니다.
7월 4일... 복숭아 순나방 방제
묘목들이 어느새 제 키만큼 컸습니다. 검정비닐을 멀칭한 곳에는 쥐눈이콩이 예쁜 새순을 내밀었습니다.
사실 복숭아순나방 방제는 5월부터 수시로 하였습니다.
묘목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충해를 철저히 예방하는 것입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다고 했으나 그래도 매실애기잎말이나방의 피해를 입은 새순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7월 14일.... 2m 고추말뚝을 이용한 긴 가지 여름 유인
유인 전 유인 후
포도가지결속기를 이용한 손쉬운 유인 말뚝과 가지를 묶어준 모습
과수박사님이 직접 농장을 방문해 유인 방법을 알려 주시고, 포도가지 결속기를 이용해 손쉽게 결속하는 요령도 알려 주셨습니다.
포도가지결속기는 나중에 고추와 참깨 유인줄을 손쉽게 묶어주는데에도 한몫 했습니다. ^^
이튿날.... 남은 나무들도 유인을 마쳤습니다. 결속기를 이용하니 한나절만에 작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
11월 19일..... 비닐 멀칭 걷어내고 거름주기
여름내 제 몫을 톡톡히 했던 검정 비닐을 걷어내고 나무 주변에 퇴비를 주었습니다.
비닐을 겨울에도 걷어내지 않을 경우 두더지나 들쥐의 서식처가 되어 뿌리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겨울이 되기 전에 걷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12월 9일.... 묘목 전정
불과 50~60cm였던 묘목이 여름을 나며 성인 키의 두배가 될 만큼 많이 자랐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수형은 영구수의 경우 3본형 또는 4본형의 수형이며, 간벌수의 경우 몇 단계를 거치며 수형을 변화시킬 예정입니다.
즉, 간벌수는 나중엔 결국 잘라낼(간벌) 나무이므로 초기에는 최대한 결과지를 많이 만들되 공간의 여유가 있는 열간 방향의 가지를 주지로 하는 2본형의 수형으로 주지가 될 2본은 강전정을 하고 나머지 가지는 결과지가 되도록 약전정을 할 생각입니다.
처음에 저 혼자 전정을 했을 때는 나름대로 강전정을 한답시고 1/3 정도를 잘랐으나 올해 자란 가지가 너무 길어 강전정을 했음에도 마치 전정을 하지 않은것 처럼 주지의 길이가 너무 길었습니다.
다행히 과수박사님이 충남권 일부 농가를 방문하시는 날이 있어 지나시는 길에 저희 농장에 들러 시범을 보이시며 또 귀한 가르침 한수를 지도 받았습니다.
이 나무는 수분수인 울산매입니다. 울산매와 남고는 가지발생이 많은 특징이 있어 분지각이 좋은 4본형의 주지만 남기고 아예 주간부를 과감히 잘라내셨습니다.
남은 4개의 주지는 가지가 길어 1/2 이상을 잘라내는 초강전정을 했습니다.
1/3을 절단할 경우 주지의 길이가 너무 길어 내년에 발생할 부주지가 정아우세성에 의해 너무 높은 곳에서 발생을 하게 되므로 과감히 초강전정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전정을 마친 4본형의 주지는 살짝 유인을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으나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습니다.
이어 영구수인 고성 품종의 전정 시범입니다.
먼저 위 아래 방향이 겹치는 가지를 제거하고, 주지로 남길 가지를 골라 주지선정을 합니다.
이 나무는 3본형의 수형으로 키울 나무입니다.
주지로 선정한 가지는 초강전정으로 1/2 이상 강전정을 하고....
나머지 가지는 예비지를 겸해 결과지로 주지보다는 약하게 전정을 합니다.
3본형의 수형이지만 주지 3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내는 것이 아니고, 여유 공간이 있는 방향의 가지는 그대로 남겨 모두 5개의 가지를 남겼습니다.
주지로 선정한 가지는 살짝만 유인을 하고, 예비지를 겸한 결과지로 남긴 가지들은 주지보다 많이 기울어지도록 유인을 하여 주지와의 세력 차이를 두도록 할 것입니다.
즉, 예비지겸 결과지는 강약 전정과 유인 정도로 세력차를 두어 주지는 강한 세력으로 다른 가지는 약한 세력으로 키우며 일정 기간 결실이 되도록 하다가 나중에는 주지만 남기고 남은 가지들은 제거를 해 갈 것입니다.
온전한 3본형이 되는 것은 시기의 차이만 있을뿐인 것입니다.
욕심일 수 있다고 보실 분도 있으나 수형과 조기 결실에 의한 농가소득 향상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전정 방법을 저는 택했습니다.
3본형과 4본형으로 전정을 마친 나무의 절단부에는 상처 치유제인 펩신토스트를 발라 주었습니다.
참고로 전정을 할때는 이듬해 발생할 주지연장지의 방향을 어느정도 미리 잡아주기 위해 절단 부위의 눈의 위치를 살펴 방향이 좋은 눈을 목표눈으로 남겨야 하며, 이때 목표로 하는 한눈 위에서 절단을 해야 방향 좋고 튼실한 주지연장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올 3월 2일에 식재한 매실 묘목의 일년간 재배 과정이었고, 이어 작년에 심은 2년차 매실 유목의 성장 및 전정을 간략히 보여 드립니다.
5월 5일... 2년차 유목의 도장지 및 내향지 조기 제거
유목은 묘목과 달리 주지의 등부분에서 세력이 강한 도장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도장지 및 내향지는 이른 봄 새순이 나올때 즉시 제거를 해야 불필요한 양분 소모를 막고, 겨울 전정시 갈등의 여지를 남기지 않게 됩니다.
7월 16일.... 2년차 유목의 여름 유인
작년에 심어 이제 2년에 막 접어든 나무가 제법 모양을 갖춰 갑니다..
2m짜리 고추 말뚝으로 유인을 해 놓으니 한결 폼이 나기 시작합니다...
12월 17일.... 2년생 유목의 겨울 전정
전정 전 전정 후
전정 전과 후의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축소해서 올리니 잘 보이질 않아 다른 각도에서 전정 후의 모습을 잡아 보았습니다.
주지연장지는 초강전정, 부주지는 발생 위치 및 길이에 따라 정도차를 두며 약간의 강전정을 하였습니다.
또한 부주지는 주지연장지보다 많이 누워지도록 유인을 해 주지연장지와 부주지간의 세력을 전정방법과 유인방법에 의해 차이를 두었습니다.
막상 전정을 마치고 나니 2년차 유목도 올 한해동안 워낙 많이 자라 나름대로 주지연장지를 초강전정 한답시고 했으나 그래도 너무 긴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과수박사님께서 보시더니 주지연장지가 너무 길다며 조금 더 전정을 해 마무리를 해 주셨습니다.
사진에서 빨간색 끈으로 유인한것이 주지연장지고, 파란색 끈으로 유인한 것이 부주지입니다.
이밖에도 많은 자료가 준비되어 있으나 글이 너무 길어져 올해 일년간의 매실 묘목 및 유목 재배과정은 이렇게 갈무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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